신천지에 빠진 자녀들, 부모에게 편지 보내
기사승인 2015.02.12 16: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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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날, 같은 발송지, 같은 내용 - 기획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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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년 5월 7일 MBC〈PD수첩〉에 방송된 신천지 탈퇴자의 인터뷰 모습. 탈퇴자는 신천지가 부모에게 편지를 쓰게 하고 검열했다고 밝혔다(출처: MBC〈PD수첩〉갈무리). |
신천지피해자가족연대(신피연, 신천지에 가족을 빼앗긴 피해자 모임) 회원 10여 명의 시위가 1년째 계속되고 있다. 누구의 도움도 없다. 자녀와의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하지만 자녀를 사이비종교에서 구출하겠다는 일념이 지난 시간을 버티게 했다.
몇몇 부모들은 지난 1월 말과 2월 초, 편지 두 통을 받았다. 발송인은 가출한 자녀와 자녀를 가르쳤다는 강사였다.
같은 날, 같은 우체국에 접수
취재 과정에서 선뜻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발견했다. 부모에게 편지를 보낸 자녀는 총 6명. 그런데 6통의 편지는 2015년 2월 2일, 서울교대역 우편취급국에 같은 시간에 접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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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들의 편지 봉투 일부 |
한 자녀가 편지를 모아 대신 보냈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 자녀들의 편지는 한 신천지 강사가 시위자 부모에게 보내는 편지, 신천지와 몇 차례 일해온 변호사의 개인적인 업무로 추정되는 서류와 함께 접수되었다. 변호사가 소속된 법무법인과 서울교대역 우편취급소는 약 200m 거리. 자녀들이 변호사의 개인적인 업무까지 봐줬던 것일까?
2007년, MBC〈PD수첩〉에서는 가출한 자녀가 부모에게 편지를 보내며 윗선의 검열을 받는 모습이 방송되었다. 신천지는 신도들의 행동을 하나하나 지시하는 소위 ‘피드백’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같은 우체국, 같은 시간, 그것도 변호사의 개인적인 서류와 강사의 편지까지 함께 접수된 자녀들의 편지. 과연 자녀들이 자발적으로 편지를 쓰고 내용이 가감 없이 부모들에게 전달된 것인지 의심스럽다.
유사한 내용의 편지들
편지는 구구절절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논지는 하나다. ‘신천지 신앙을 존중하고 시위를 멈추라’는 것이다.
패턴도 보인다. 자녀들은 부모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과 신천지에서 아무 문제 없이 살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사는 신천지는 한 사람도 가출시키지 않는다며 부모들이 개종교육을 받지 않는 자녀를 쫓아낸 것이라고 밝혔다. 신천지는 두 편지로 모든 갈등의 원인을 부모에게 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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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녀가 부모에게 보낸 편지 일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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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사가 시위자에게 보낸 편지 일부 |
자녀들이 신앙의 자유를 달라고 외치는 부분에 대해 신천지대책전국연합(신대연, 대표 신현욱) 관계자는 “종교의 자유는 침해할 수 없다. 하지만 기망, 속임수에 의해 자유의지를 침해당했다면, 그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한 것이다. 신천지에 빠져 가출한 자녀들은 가족들에게 자신의 종교를 인정해달라고 한다. 그들은 신천지의 속임수에 의해 자유의지를 침해당했다. 오히려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앙의 자유 말할 자격없는 신천지
신천지 강사의 주장대로 정말 신천지는 신앙의 자유를 인정하는 곳일까? 신천지는 신앙의 자유를 찾아 신천지를 떠난 탈퇴자를 미행하고 집단폭행하기도 했다. 피해자들의 시위에 못 이겨 한시적으로 신도를 집으로 돌려보낸 후 행동을 하나하나 지시했다. 피드백으로 꼭두각시를 만들어 가족 간의 갈등을 심화시키고 호시탐탐 신천지로 돌아올 기회를 엿보게 했다.
편지에 장로교를 칼빈교라고 지칭한 강사의 무식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이 같은 행동을 어떻게 설명할지 궁금하다.
자녀들과 강사는 신앙의 자유를 알리기 위해 편지를 보냈다. 그런데 정작 편지를 보내는 과정은 전혀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변호사가 개입되었다는 강한 의혹도 남겼다.
최근 신천지는 위치추적기를 이용해 신천지 대처자들을 감시함으로 민주사회에서 허용할 수 없는 인권침해를 저질렀다. 세뇌집단, 통제집단. 신천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조믿음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