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겨울, 내 cpa의 꿈이 좌절될 당시였다. 집에서 조언하기를, 공시에 도전해보라 하셔서 울며 겨자먹기로 도전하여 중앙도서관을 다니던 중이었다. 구월동 이토타워를 지나던 중, 누군가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내 고3 때 친구였다. 그 친구는 나에게 오래간만이라며 나에게 접근했고, 연락처 안 바뀌었냐 물어보며 나중에 밥 한 끼 사주겠다고 말하고 자기도 선약이 있다며 헤어졌다.
얼마 후, 그 친구에게 카톡이 왔다. 나 취업 준비하는 데 고생한다고 밥 한 끼 사주겠다고 말하더란다. 나는 공부하다 그 친구를 오래간만에 본다는 마음에 내가 사는 동네에서 순댓국밥을 먹었다. 그 친구하고 인생 이야기, 동창 이야기를 하던 중 내가 취업준비하는데 뭔가 우울해 보인다며 나에게 상담을 권했다. 아는 누나가 잡스인천에 다닌다고 하여 알음알음하야 원래는 돈을 받는데 특별히 돈을 안 받게 해 주겠다 하여 그 아는 누나분하고 약속을 잡았다.
약속날 나하고 그 친구는 한 구월동의 한 카페에서 그 누나라는 분을 만났다. 흰 종이를 꺼내더니 마인드맵을 한번 그려보자고 제안했다.(나중에 알았지만 이게 이 사람의 현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정보 수집이었다고 한다.) 당연히 내 최대 관심사인 취업, 시험 등등이 나왔고 내 친구도 이직, 나에 대하여 알고자 하는 것 등등을 적었다. 그러고 나서 웬 심리검사지를 꺼내서 해당되는 항목에 체크하라고 했다. 이것을 가지고 분석해서 검사결과를 알려준다고 하고 헤어졌다. 얼마 뒤, 심리검사 결과가 나오고 나하고 내 친구의 성향이 어떤지를 이리저리 알려주더란다. 이것을 바탕으로 다른 상담선생님하고 연결해서 더 깊은 상담을 받아보자고 하여 다른 상담사와 약속을 잡았다.
두 번째 선생님을 만난 곳은 인천 제물포 정부합동청사 거의 꼭대기에 있는 청년문화시설이었다. 상담사 분께서 밀실같은 곳을 예약하여 나와 내 친구는 다른 인생상담을 받았다. 이번에는 나의 인생에서의 우선순위를 적어보라 하였다. 그리고 적은 것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분은 다른 상담약속이 있다 하여 먼저 나갔고, 나도 내 친구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며칠 후, 제물포에서 상담했던 선생님께서 연결해 주신 선생님을 만나기로 했다. 장소는 주안 스타벅스. 그 선생님이 갑자기 묻더란다. 신을 믿냐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 선생님이 그러더란다. 지금 삶의 의욕이 많이 없어 보인다고. 그래서 성경말씀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그 프로그램에 참가하려면 기본적인 성경 내용을 알아야 하니 그것을 진행해보자고 제안하였고, 나는 그것을 승낙했다. 물론, 그 때는 신천지라는 것을 전혀 몰랐고, 성경말씀을 배운다고 하니 기독교에서 나온 사람으로 생각했다.
그 프로그램 첫 날, 나는 그 선생님이라는 분하고 석바위시장역에서 만났다. 그리고 그 선생님을 따라 걸어서 무슨 방이 여러 개가 복도를 따라 쭉 배치되어 있는 예배당 비슷한 곳에 들어왔다. 그 선생님은 여기가 시에서 운영하는 곳인데, 경쟁이 치열해서 예약하기 매우 힘들다고 하였다.(나중에 간증 동영상을 보니 그 곳은 소위 복음방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공시를 준비하는 지라 시간을 빼기가 쉽지 않아서, 차라리 진도를 뺄 수 있도록 매일 짧게 만나는 방식으로 만나자고 제안하였다. 이 때부터, 그 복음방이라는 곳에서 1:1과정, 1:2과정을 주로 나갔다. 가끔 모세 관련 영화도 보여주고... 물론, 나는 귓등으로도 안 들렸다. 아니, 들릴 리가 없었다. 내 눈앞에 닥친 시험만이 바빴기 때문에... 그러다 어느 날, 친구가 카톡을 보냈다. 친구는 나에게 과정 잘 따라가고 있냐고 물어봤다. 뭐 그럭저럭 매일 만나서 진도 빼는 방식으로 나간다고 하니 친구는 놀라더란다. 어떻게 그렇게 자주 만나냐고... 내 사정을 듣고 수긍하더니 혹시 이번에 새로 진행되는 프로그램 혹시 아냐고 물어봤다. 당연히 나는 들은 적이 없었다. 그리고 그 날 저녁, 여느 때와 같이 성경말씀 진도를 나가려고 왔는데 웬 아주머니 한 분이 옆에 앉아 있었다. 선생님이 말하길, 그 아주머니가 대학교 선배이신데 심리상담 전공을 하셨더란다. 그리고 흰 종이를 주더니, 큰 사각형 하나 그리고 여기에 도형을 그려보라고 하였다. 당연히 난 그림을 그렸고, 그 아주머니 왈 내 인생에 내가 없다고 하였다. 당연했다. 꿈도 좌절된 데다가, 취업도 안 되고 시험까지 얼마 안 남았으니... 그러더니 그 아주머니 분께서 제안하더란다. 후원 받아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이름이 '리본(re-born)' 프로그램이었다. 너를 바꾸고 싶지 않냐고 했더니, 난 그렇다고 수긍했고, 그 아주머니 분은 이 프로그램 시작해 보라고 권유하였다.
그 프로그램 시작되기 전, 나는 그 선생님을 만났다.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장소는 인천 나누리병원 근처 맥도날드 건너편. 프로그램이 시작되기 전에 진행하는 강사님을 만나러 그 장소에 갔다. 웬 학원같이 이루어진 교실이 있었고, 탁자가 놓여 있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곳은, 신천지 교리를 가르치는 센터리는 곳이었다.) 면접 때 그 강사님은 질문지를 주시면서 편하게 답변하라고 말씀하셨고, 나하고 내 친구는 그 곳에서 질문지를 적고 몇 마디 나눈 뒤에 헤어졌다.
프로그램 시작일, 나는 그 장소 밑 1층에서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도 만났다. 프로그램 비용은 6만원이었고, 나는 안 쓰고 모아두었던 세뱃돈을 가져와서 그 선생님에게 지불하였다. 같이 그 장소에 들어갔다. 면접 때와는 달리 두 자리씩 묶어 3분단 편성으로 책상, 걸상이 배치되어 있었다. 그 곳에는 나에게 심리상담을 해 주셨던 아주머니 분도 계셨다. 알고 보니 그 곳 전도사님이었다. 예배 비스무리하게 진행되고, 강사님은 지불한 6만원 복사비용으로 충당된다고 하였고 과정은 약 6개월 정도 걸린다고 말한 뒤, 성경말씀 강의가 시작되었다. 맨 처음 비유법부터 시작해서 성경구절을 왔다갔다 하면서 이런저런 비유를 가르쳐서 교리가 딱딱 떨어지게 보이도록 하였고, 매주 시험도 보게 하였다. 또한, 일주일에 한 번씩 보강 및 상담을 위해 면담일정을 잡기도 하였다. 그 때까지만 해도 이것이 신천지의 세뇌방식을 줄은 생각도 못 하였다.
대구에서 신천지로 인해 우한폐렴이 터진 이후, 그 센터에서의 현장 강의는 중단되었다. 어떻게 보면 내가 그 곳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가장 큰 터닝포인트는 우한폐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험이 얼마 안 남았는데 도서관조차 폐쇄되어서 집에서 공부하고 있던 얼마 뒤, 그 프로그램 청년부 담당 전도사님이 카톡을 주셨다. 영상강의로 대체되고, 매일 한 강씩 강의를 듣고 그것에 대해 느낀 점이나 궁금한 점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 전도사님이 이야기해준 것 중엔 '사도신경은 교회에서 잘 안 읽는 추세다.'라고 이야기하였다.(이 또한 나중에 유튜브를 통해서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도 없는 새벽에 조용히 강의를 듣고, 어머니가 목욕탕 가고 안 계시는 아침에 전도사님하고 통화하여 보강을 진행하였다. 딱히 이야기할 거리는 없었다. 그저 어릴 때 교회 다녔던 기억에서 억지로 맞춰서 이야기한 거 말고는 말할 거리가 전혀 없었기에... 그저 내가 아직 잘 몰라서 질문거리가 없다고 잡아떼곤 하였다. 그러다 영상강의에서 강사님이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하자 나는 뒤통수를 세게 맞은 듯하였다. 그 충격에 나는 언론에 나왔던 이야기들, 내가 봐왔던 이미지들에 대해서 전부 이야기했고 그 전도사님은 대충 요약하자면 '일부의 사례로 전체인 것처럼 호도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 이 때부터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그래도 언론에 워낙 속된 말로 '기레기'라는 말도 나오는 판에 그러려니하고 넘어갔다.
지방공무원 시험 이후 친구가 카톡 하나를 보냈다. 시험도 끝났는데 고생했다고 밥 한 끼 같이 먹자고... 밥 먹은 뒤 그 친구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동네를 산책하고 우리가 배우던 이야기들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중 나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야, 창세기에서 천사장이 떨어져서 자기 천국 만들고 하나님 행세하는 게 꼭 요즘 이만희 교주 행태하고 비슷하지 않냐? 잘못된 걸 알면서도 왜 고치지 않을까 몰라." 내가 이 말을 하는 순간, 나는 내가 얼떨결에 이건 진짜 모순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생각해 보니 정말 이상했다. 국가공무원 시험이 끝나고 자기 전, 유튜브로 신천지 관련 영상들을 찾아봤다. 예상대로, 신천지 관련 피해가 매우 심각했고, 홰까닥하면 빠져서 여생을 망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나에게 눈에 띈 하나의 영상이 있었다. 김강림 전도사의 신천지 간증 영상... 1시간 반 분량 영상이었는데, 듣고 보니 내가 겪은 사례 유형하고 정말 똑같았다. 영상을 더 찾아봤다. 내 머리 뒤로 내가 그동안 겪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자기 전, 내 친구에게 카톡을 남겼다. 우리 신천지에게 당한 거 같으니, 이 간증 영상을 보고 잘 판단하라고. 그 새벽, 나는 신천지하고 관련된 인물들의 연락처를 전부 차단하고 삭제했다. 물론 카톡까지 전부 차단하고 삭제했다.
다음 날 아침, 그 친구가 카톡을 했다. 그 친구는 정신차리기는커녕, 오히려 궁금해했다. 분별해봐야 하지 않냐, 세뇌라고 하는데 저 간증하는 것이 오히려 세뇌일 수도 있지 않냐고 등등... 그래서 나는 내가 거기서 배웠던 비유에 대한 교리 반박글을 보냈다. 이건 어떻게 설명할 거냐고... 그 친구는 적반하장으로 이거 배운 것을 기준으로 반박가능하다고 했다. 그 날 걷기 운동하는 그 1시간동안 친구하고 그 성경구절에 대해 대판 싸웠다. 오히려 신천지 블로그 글 링크를 퍼다 나르며 한번 무시함 없이 전부 분별해 보자고 하더란다. 나는 신천지 이야기 더 이상 절대 안 들을 거라고 하자, 그 친구는 신천지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게 아니라 분별해보자고 하였다.(이미 여기서 자기의 논리가 무너진 것을 모른 듯하다.) 그 날 저녁, 나는 신천지의 전도방법에 대한 영상을 보게 되었고, 거기에는 내가 당했던 유형과 똑같은 유형을 설명하고 있었고, 그 친구와 만나서 심리상담을 시작하던 그 때가 내 머리에 스쳐 지나갔다. 그리고 나는 삼세번을 기다리고자 하는 그 생각을 던져 버리고 그 친구를 결국 손절하였다.
물론, 그 친구 딴에는 나도 이거 신천지인 거 모르고 접근했으니 억울하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신천지 교리에 대한 반증에도 불구하고 신천지 비유 내용을 들어 그저 분별해보자는 행동을 봤던 것, 그리고 어머니하고 이야기해본 것, 교회에서 반주알바를 하는 친동생이 들어왔던 이야기, 그리고 내가 겪은 일들로 판단해본바 그 친구는 더 이상 돌아올 수 없다는 것 같았다. 아니, 이미 돌아올 수 없는 상태로 우연히 그 겨울에 날 보고 목표물삼아 접근한 것일지도 모른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의 속은 알 수 없기에... 이렇게 나의 신천지 탈출기는 끝이다. 다른 분들도 자신에게 접근하여 관계를 유지하다 성경말씀 공부하자는 이야기를 한다면 조심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