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청각장애인 친구의 만남, 그리고 전도의 숨겨진 비밀
2010년 여름, 모 카페에서 나와 같은 취미, 나와 같은 청각장애인 언니를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 그리고 자주 만나면서 같은 기독교인이라는 것을 알고 기뻤다. 이전에는 신천지를 다니면서 내가 전도할 만한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 힘으로 전도를 직접 하지 못했기에 그 기쁨이 컸던 것일까. 때마침 청년회에서 1인당 1명씩 전도할 사람의 개인정보를 적어서 내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망설임 없이 그 친구의 개인정보나 성격, 성향 등을 꼼꼼히 적어서 냈다. 구역장이 보고 구역원들에게 날 보고 본받으라고 할 정도였다.
문제는 신천지에서는 전도할 사람에게 먼저 신천지라고 절대 밝히지 말라고 했다. 거기에다 전도할 언니는 이미 신천지를 잘 알고 있었다. 대학교 시절에 친하게 지내던 학생이 있었는데 그 학생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전도를 하고 청각장애인에게는 절대 전도 안했다고 한다. 나중에 그 사람이 신천지라고 밝혀져서 많이 섭섭했다고 말해주었다.
총회장을 거리낌 없이 ‘이만희 사이비 교주’라고 말하기도 해서 날 당황시켰다. 당황해하는 나를 수상히 여긴 언니는 “혹시 어느 교회에 다니니? 교단은? 목사님 성함은?”라고 꼼꼼히 질문을 쏟아냈다. 나는 언니의 이런 태도가 더욱 더 당황스러워서 교회 이야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급히 마무리를 지었다.
그 후 그 일을 평소 친하게 지낸 부구역장한테 말했다. 그랬더니 필담으로 “교회는 집에서 가까운 교회 이름으로 하고, 교단은 감리교라고 말하는 게 무난할 것 같아. 예수교라고 하면 이단이라고 의심하거든.”이라고 적어주었다. 나는 조금 어이가 없기도 하고 황당했다. “그럼 거짓말을 해야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더니 “신천지가 이단으로 취급받으니 어쩔 수 없다.”는 말에 금방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부구역장이 말한 대로 전도할 언니에게는 대충 둘러댔으나, 언니는 여전히 의심의 시선을 거두지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일단은 내 말을 믿어준다고 했다. 그 후 그 언니 앞에서는 감히 교회의 교자라는 말도 못 꺼냈고 더 이상 전도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또 시간이 지나서 다시 부구역장과 만났다. 부구역장은 전에 내가 작성한 전도할 사람의 정보가 적힌 종이를 손에 들고 있었다. 신천지 교회 근처 카페에 가서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왠지 부구역장이 좀 미안한 듯한 얼굴이어서 무슨 안 좋은 일이 있는 것 같았다. 부구역장의 손으로 적힌 글의 내용은 이전보다 더더욱 나를 당황케 했다.
“청각장애인이라서 전도하기에 좀 많이 힘들 것 같아. 혼자 다니기는 힘들 것 같고 남편 분하고(결혼했음) 같이 센터교육 받으면 좋을 것 같아.”라고 했다. 청각장애인인 언니에게 전도하려면 혼자는 안 되고 다른 사람과 함께 교육을 받는 게 좋다는 것이었다. 거기서 나는 수없이 시험에 든 것 같았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교육환경을 개선할 생각은 안 하는 것일까? 굳이 듣는 사람과 함께 동행 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라는 생각이 수없이 들었다.
그래도 그 생각을 애써 무시하고 부모님께 이 일을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두 분 다 기뻐하시면서 “우리 딸이 드디어 전도하려고 하네! 걱정 마, 먼저 언니의 남편을 우리 집에 초대하도록 해보면 우리가 이야기해볼게.”라고 하셨다. 그래서 언니에게 언니와 남편 둘 다 우리 집에 초대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언니는 선뜻 수락했지만 언니의 남편 분은 모르는 사람과 만나는 것을 어색해해서 이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부구역장과 만나서 언니에게 어떻게 전도를 할 수 없을지 물어봤다. 하지만 부구역장은 그저 난감해할 뿐이었다. 그러면서 장애인이나 많이 가난한 사람, 몸이 불편한 사람은 나중으로 미뤄졌다고 한다. 지금은 얼른 144,000명을 모아야 하고, 빨리 모으기 위해 많이 움직여야 한다는 이유였다. 그러니 그 사람들은 나중에 인원이 다 차면 전도할 것이라고, 지금 당장 전도 못하는 건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일단 겉으로는 이해하는 척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은 뭔가 불편했다. 빨리 인원수가 차야 하나님 나라가 온다는 말은 그럴 듯했다. 그래도 뭔가 꺼림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왜? 그 144,000명에 장애인이나 아픈 사람, 가난한 사람이 제외되어야 하는가? 그들도 열심히 하면 되지 않는가? 뭔가 말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더 이상 뭘 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들의 전도방식에 상당한 불합리함과 차별을 느꼈을 뿐, 그것을 그 누구에게 털어놓을 수가 없었다. 신천지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감히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내가 다 참고 인내해야 하는 줄 알았다. 그렇게 나는 또 신천지에서 어영부영 세월을 흘러 보냈다.
출처: 교회와 신앙
http://www.amen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3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