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가 비유풀이의 호수라면 김풍일은 바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세요?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입니다.”

경기도 동두천시 ‘동두천 복싱체육관’ 전명하 관장(49)은 분노가 어린 눈빛으로 기자(교회와신앙, www.amennews.com)에게 말했다. 지난 주말 동두천 복싱체육관에서 만난 전 관장은 자신이 바로 ‘아무것도 잃을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 동두천 복싱체육관에서 만난 전명하 관장

맞는 말이었다. 전 관장의 부인이었던 권 모씨(52)가 새빛등대중앙교회의 김풍일 씨(예장 성경총회 총회장. <교회와신앙> 2008년 4월 7일자 “해 아래 새 것 없다 신천지의 계보” 기사 참고)에게 흠뻑 빠져 서울 봉천동으로 가버렸기 때문이다(김풍일 씨의 신도들은 서울 봉천동을 성지(聖地)로 삼고있다: 편집자주). 16살 난 아들과 함께였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 관장의 복싱체육관은 최근 문을 닫아야 할 형편에 놓이게 됐다. 지난 1월 시합을 마치고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한 고(故) 최요삼 선수의 사고 여파로 훈련생들이 모두 떠났기 때문이다. 전 관장은 “모든 분노가 이제 김풍일에게로만 향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김풍일에게 간 것은 2002년부터였어요. 처음에는 서울 도봉구 창동의 신천지교회(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 총회장 이만희)에서 성경공부를 했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 봉천동의 김풍일에게로 가더군요. 왜 봉천동까지 가느냐고 했더니, ‘신천지가 비유풀이의 호수라면 김풍일은 바다’라고 합디다.”

전 관장은 약 5년여 동안 아내와의 힘겨운 줄다리기를 계속했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르던 고지식한 아내는 언제부터인가 이것저것 속이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아예 봉천동으로 ‘출근’을 했다.

“아내에게 도대체 왜 꼭 김풍일이어야 하느냐고 물었더니 ‘김풍일 목사님은 재림예수님’이라는 어이없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정상적인 대화가 불가능했습니다. 김풍일은 자칭 ‘보혜사’, ‘가지 사명자’라며 한국에 지상낙원이 이루어지게 된다고 주장하는 인물이에요. 신천지와 유사한 비유풀이를 일삼는 김풍일 역시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사실을 많은 분들이 알아야합니다.”

   
▲ 김풍일 씨의 새빛등대중앙교회 버스

전 관장은 비유풀이에 점점 깊이 빠져드는 아내와 아들을 설득할 목적으로 김풍일 씨의 ‘입문과정’을 수강하기도 했다. 봉천동 새빛등대중앙교회 대강당에서 김 씨는 자신을 ‘새 언약의 비밀을 아는 자’, ‘이긴 자’, ‘인 떼는 자’ 등으로 소개하며 새언약의 비밀을 알아야 구원받는 것처럼 주장했다. “피가 거꾸로 솟구쳤다”고 당시 심정을 표현한 전 관장은 3주가 지나자 더 이상 들어줄 수가 없어 “도저히 못가겠다”며 포기했다. 그러자 돌아온 아내의 대답은 “지옥이나 가!”였다.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그럭저럭 5년여를 버틴 2007년. 아내는 갑자기 이혼서류를 전 관장에게 들고 와 도장을 요구했다.

“새빛등대중앙교회에는 이혼한 사람들만 멤버십이 되는 ‘제사장 과정’이라는 것이 있어요. 계시록과 선지서를 특별 강의하는 일종의 특별 훈련 프로그램인데 그 교단의 신학과정과 별도로 목회자가 되는 과정이에요. 아내는 그 과정을 마치고 14만 4천명의 목회자가 되겠다는 겁니다. 그곳에 서류가 필요하니 도장 찍으라는 거죠.”

지칠 대로 지쳐있던 전 관장은 순순히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었다. 전 관장은 새빛등대교회의 지교회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말한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30여 개였던 새빛교회 지교회가 지난 2007년 한 해에만도 엄청 늘어났어요. 제가 입문과정 들으러 갔을 때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새빛등대중앙교회의 버스에 올랐거든요. 그 숫자가 엄청납니다. 최근에 이만희의 신천지 쪽 사람들이 대거 김풍일 쪽으로 오고 있다고 했어요.”

전 관장의 이 같은 주장은 어느 정도 사실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실제 김풍일 씨측에서 2007년에만 102개의 지교회를 확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김 씨측은 2005년 4월부터 발행하고 있는 <월간 참포도나무>의 2008년 1월호 ‘김풍일 목사 설교코너’에서 “2007년~2011년, 전국 주요도시에 1천개 교회 창립을 계획하고 있으며 2007년에만 102개의 교회를 창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새빛등대중앙교회측이 발행하는 <월간 참포도나무>와 김풍일 설교코너. 이 책자는 주로 전도용으로 많이 쓰인다.

인터뷰 내내 김풍일 씨와 아내를 원망하던 전 관장은 끝내, 아내가 김 씨의 비유풀이에 빠진 것은 자신 때문이라고 자책했다. 자신이 아내를 향해 치솟는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사랑으로 아내를 끌어안고 인내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전 관장의 눈시울이 서서히 붉어졌다.

“아내는 녹내장을 앓고 있어요. 그로인해 한 쪽 눈은 임신 초기에 완전히 실명되어 빛도 볼 수 없는 상태가 되었고, 남은 한 쪽 눈으로 생활하고 있습니다. 제 분노의 희생제물이 되었던 아내와 아이에게 말할 수 없는 연민의 정을 느끼며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하는 마음 간절합니다.”

전 관장은 “앞으로 저에게 허락된 삶의 고통들을 자원삼아 마음이 아픈 이들과 함께 울고 고통하며 그들을 일으키는 일에 힘쓰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