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들에게 한학자 신격화 각인 중

지난 1월 31일,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내부에서 ‘Holy Mother Han’으로 기도하라는 새로운 지침이 내려왔다. 이는 단순한 기도 방식의 변화가 아니라, 한학자에 대한 신격화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문선명 사후 통일교는 한학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신격화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이번 지침 역시 그 연장선상으로 신도들에게 이를 더욱 강하게 주입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기도에도 “Holy Mother Han”, 행사에도 “Holy Mother Han”

신도들에게 한학자 신격화 각인 중
▲통일교 기도 변천(출처: 선학역사편찬원)
신도들에게 한학자 신격화 각인 중
▲홀리 마더 한으로 기도하라고 지시하는 한학자(출처: 유튜브 채널<HJ PeaceTV>)

 

1999년 이후 통일교는 기도를 자신의 이름으로 마무리해 왔다. 그러나 이번 지침 이후 통일교의 공식 예배에서 변화된 기도 형식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난 2월 9일 천원궁 천승대교회 대예배에서 송용천 통일교 세계선교본부장은 “천승대교회 식구님 전체를 대표해서 Holy Mother Han을 모시는 축복가정 송용천의 이름으로 감사 기도드리옵니다”라는 말로 기도를 마무리했다.

 

신도들에게 한학자 신격화 각인 중
▲신한국 성화총회에서 환영사를 전하는 황보국 협회장(출처: 효정미디어)

 

예배뿐만 아니라 통일교의 행사에서도 ‘Holy Mother Han’이라는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2월 14일 진행된 신한국 성화총회에서 황보국 한국협회장은 신도들을 ‘Holy Mother Han의 귀한 아들 딸’이라고 지칭하며 환영사를 전했다. 나아가 2025 신한국 청년총회 참석자 서신, 대국민 한민족 선민 강연회 참석자 소감 등 통일교 행사 곳곳에서 ‘Holy Mother Han’이 언급되고 있었다. 이제는 의식적으로 신도들에게 한학자 신격화를 각인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계속되는 한학자 신격화

한학자에 대한 신격화 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문선명 사망 이후 한학자는 통일교의 주도권을 쥐고 교리를 개편하며 자신을 신격화하는 작업을 지속해 왔다. 『천성경』, 『문선명선생 말씀선집』 등의 교리서를 수정·보완하고, 스스로를 ‘독생녀’로 선포하며 ‘참부모메시아’로 소개했다.

2020년 출간된 자서전 『평화의 어머니』에서도 한학자는 ‘하나님의 여성격인 하늘 어머니의 위상은 은폐되었다’며 ‘하나님께서는 여성인 어머니(독생녀)를 중심으로 섭리를 전개하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이는 문선명이 없이도 자신이 참부모로서 구원 사역을 수행할 수 있으며, 문선명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신격을 지니고 있음을 강조하는 의도로 보인다.

 

신도들에게 한학자 신격화 각인 중
▲천승전에 설치된 한학자 조각상. 좌측 뒤편에 문선명의 작은 조각상이 위치해 있다.

  

물리적인 공간에서도 한학자의 신격화는 두드러졌다. 경기도 가평군 설악면에 위치한 천승전은 1800평 부지에 지하 3층, 지상 5층 규모로 건설되었으며, 그 옥상 정원에는 21m 높이의 ‘천일문’과 한학자를 형상화한 조각상이 쌍으로 서 있다. 이 조각상은 각각 높이 4m 30cm에 달하며, 문선명은 배제된 채 한학자의 존재만 강조되고 있다. 천일문 한쪽 측면에도 한학자의 서명만 각인되어 있었다.


신격화 작업은 통일교 2세들에게도 이루어지고 있었다. 통일교 홈페이지에 ‘참어머님 오신 날’이라는 제목의 동화가 있는데, 한학자의 어린 시절을 신비롭게 묘사한 애니메이션이다.

해당 애니메이션에서는 한학자가 어렸을 때 한 남성이 그녀를 향해 “이 아이는 신성한 분이 되실 겁니다. 도로 크게 성공해 세상을 이롭게 할 것입니다”라고 예언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어 “하늘이 약속하고 보내주신 하늘의 공주님으로 곱고 바르고 아름답게 자라셨다”고 설명하며 어려서부터 한학자가 특별한 존재였음을 가르치고 있다.

한학자 신격화의 이유

문선명 사후 발 빠르게 실권을 장악한 한학자였지만, 문선명이 공식적으로 임명한 후계는 문형진이었기에 정통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이어 문형진과 문현진이 각각 독립적인 노선을 걷게 되었고 한학자는 자신의 지도력을 확립하기 위해 기존 교리를 변개하고 신격화 작업을 강화했다.

한학자는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여 여성 지도사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정당화하기 위한 전략을 펼쳤고, 기존 통일교의 참부모 교리를 변화시키며 정통성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자 꾀했다. 이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절대적인 존재로 승격시키고 흔들리는 기존 신도들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한편, 자신을 중심으로 교단 내부 결속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교는 문선명 사후 한학자를 신격화하며 교리를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Holy Mother Han’ 기도 지침을 통해 신격화 행보에 박차를 더했다. 이는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동시에 한학자의 권위를 절대적인 위치로 끌어올리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내부의 또 다른 혼란을 불러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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