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조금 혜택 등 법적 인가 회복 위해 왕따 정책 완화 의혹
■ “왕따 정책은 개인 선택일 뿐 교리 혹은 명령 아냐” 주장
■ 법적 인가 취소 판례 만들 수 있어 막기 위해 ‘몸부림’
아이러니다. 세상을 사탄의 통제 아래에 있다고 인식하는 여호와의 증인이 세상 정부가 주는 지위와 보조금 등의 혜택을 얻기 위해 처절한 법정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노르웨이에서는 여호와의 증인의 법적 인가를 둘러싼 재판 절차가 진행 중이다.
노르웨이 주 정부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보조금 지급 중단과 함께 법적 인가 취소를 단행했고, 이에 대해 여호와의 증인은 법적 소송에 들어갔다. 2024년 3월 1심에서 노르웨이 오슬로주법원은 제명 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법적 자격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법적 인가를 취소한 정부의 손을 들어줬고, 여호와의 증인은 항소했다. 그리고 올해 2월 항소심이 진행됐다.
![]() ▲항소심 법정 모습(출처 : avoidjw 홈페이지) |
왕따 정책, 종교의 자유 침해
쟁점은 여호와의 증인의 제명 정책에 있다. 여호와의 증인 ‘제명’된 탈퇴자를 모른 척하는 악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사랑’으로 포장한다. 제명된 신도의 회중 내 모든 인간관계를 끊고, 그 속에서 사랑을 깨닫고 다시 돌아오도록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가족도, 미성년자도 예외가 없다.
2022년 1월 오슬로주는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국가 지원금 취소를 결정한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여호와의 증인의 종교 단체 인가를 취소한다. 여호와의 증인의 ‘왕따 정책’, 즉 제명 후 배척 정책이 아동의 권리, 특히 심리적 폭력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여호와의 증인은 법적 인가를 회복하기 위한 소송을 진행했고 2024년 3월 오슬로주법원은 노르웨이 정부의 손을 들어 준다. 법원이 왕따 정책이 종교의 자유, 인권 침해의 요소가 다분히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항소 그리고 교리 소폭 변경
여호와의 증인은 법원의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하는 한편 약간의 교리 변경을 감행했다. 2024년 3월 4일 오슬로주법원의 판결이 났고, 10여 일이 지난 3월 15일 여호와의 증인 중앙장로회는 왕따 정책 완화를 암시하는 뜻밖의 발표를 한다.
그리고 『파수대』 8월호에서 변경된 교리에 대해 설명했다. 기존에 1회 만으로 제명을 결정했던 사법위원회를 여러 번 개최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제명에 대해 오랜 시간 숙고하겠다는 뜻이었다.
제명되더라도 완전히 배척하기보다는 간단한 안부 인사 정도는 건넬 수 있도록 완화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리고 미성년자의 경우 보호자가 사법위원회에 동행할 수 있게 됐다. 기존 사법위원회의 경우 미성년자도 보호자 없이 들어가 조사를 받아야 했다
그렇다 보니 두려움이나, 공포심이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성 관련 범죄의 경우 구체적이고, 노골적인 질문 때문에 아동학대 우려가 높았던 터였다.
항소심은 2월 3~10일 노르웨이 오슬로 보르가르팅 항소 법원에서 열렸다. 항소심에서 여호와의 증인 측은 “정부가 여호와의 증인이 엄격한 배척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가정하고 있다”면서 “탈퇴 후의 개인적 관계는 교리에 의한 명령이 아니라, 개인적인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1심 판결은 헌법과 유럽인권조약이 명시하고 있는 종교적 자유와 차별에 관한 조항과 모순된다는 논리를 펼쳤다.
노르웨이 정부는 “여호와의 증인이 엄격한 배척 관행을 통해 여호와의 증인을 떠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면서 “노르웨이 법에 따라 심리적 폭력이 인정되고 아동 권리에 관한 유엔 협약을 위반한다”고 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집회 등에 대한 자유를 박탈하는 것이 아니라, 유해한 관행으로 인해 보조금 등 국가 혜택에서 제외되는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항소심에서는 신도들과 탈퇴자들의 증언도 이어졌다. 여호와의 증인 측은 주로 제명된 사람들도 가족 및 친구와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덜 가혹한 형태로 정책이 전환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개정된 왕따 정책에 대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진다.
![]() ▲법정에서 증언한 여호와의 증인 탈퇴자들 모습(avoidjw 홈페이지) |
정부 측은 탈퇴자들이 나서, 왕따 정책과 이로 인해 겪은 고통에 대해 증언했다. 증언을 종합해 보면 이들은 제명과 함께 가족을 포함한 관계에서 고립되어야 했다. 한 여성은 16세 경 한 사람과 연애하게 되었는데, 이같은 사실이 발각돼 사법위원회가 열렸다.
제명 위협에 겁에 질려 모든 것을 고백하고 깊은 뉘우침을 표했지만, 공개적인 질책을 받았다. 이후 제명되었다. 이 재판에서는 배척으로 인한 통제, 두려움, 상실의 감정을 넘어 심리적인 문제를 포함한 자해, 극단적 선택 등으로 이어졌던 당사자들의 증언도 있었다.
노르웨이 재판의 나비효과
이번 노르웨이에서의 재판은 나비효과 때문에 더욱 관심이 높다. 그간 공산권 국가에서의 여호와의 증인에 대한 법적 인가 취소 등의 사례는 있었지만 인권과 종교의 자유를 중요시 하는 복지선진국 노르웨이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의 종교 정책은 특별하다. 인가된 종교 단체에 결혼 승인 권한과 함께 정부에 보조금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등을 준다. 특히 이방인과의 이성교제를 비밀로 여기고, 신도들끼리의 연애와 결혼을 강조하는 여호와의 증인에게 결혼 승인 권한이 박탈된다는 것은 꽤나 큰 타격으로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보조금도 받을 수 없으니 정책을 완화하면서까지 항소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여호와의 증인 입장에서 더 큰 문제는 노르웨이 재판에서 만약 패소한다면 주변의 국가에서도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점이다. 노르웨이에서 인권 문제로 인해 취소된 법적 인가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비슷한 종교정책을 취하고 있는 국가나, 주변 유럽 국가에서도 노르웨이의 판례를 근거로 법적 취소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에 반드시 사수해야 하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여호와의 증인은 제명자에 대한 왕따 정책을 완화했다. 하지만 탈퇴자들은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말한다. 세상이 주는 보조금과 혜택이 목적일 뿐, 변한 것은 없다는 평가다. 사탄으로 인식하고 있는 세상 정부의 보조금과 혜택을 위해 몸부림 치고 있는 여호와의 증인. 이 단체가 무엇을 위해 활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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