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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SEO SEO 정지우의 책과 맥주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l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인플루엔셜(2021) 정지우의 책과 맥주 최근 내 삶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건 할아버지의 죽음이었다. 그날은 모처럼 아이를 키즈카페에 맡겨두고, 아내랑 잠깐의 데이트를 누리던 봄날의 주말이었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는 정신없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이미 끝난 일이었다.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마지막 말을 들을 겨를도 없었다. 도착한 곳에 남은 건 할아버지가 떠나고 난 공허뿐이었다. 그 뒤로 나는 자주 삶과 죽음을 생각했다. 죽음이 그토록 피할 수 없는 결정적인 것이고, 어쩌면 갑작스러운 것이라면,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늙어야 할까? 그 화두가 정전기로 붙은 머리카락의 풍선처럼 따라다녔다. 그때 내게 거의 매일같이 생각났던 책이 있었다. 나는 그 책을 다시 수시로 집어 들었다. 철학자 파스칼 브뤼크네르의 ‘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인플루엔셜·2021)이었다. “좋아하는 일, 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늦게까지 하라. 어떠한 향락이나 호기심도 포기하지 말고 불가능에 도전하라. 생의 마지막 날까지 사랑하고, 일하고, 여행하고, 세상과 타인들에게 마음을 열어두어라. 요컨대, 흔들림 없이 자기 힘을 시험하라.” 이 책에서는 노년에 이른 철학자가 ‘나이 듦’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읽었던 게 삼십 대 중반쯤이었으니, 당시 내가 읽기엔 약간 어색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책의 내용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구구절절 공감했다. 그는 마치 나이 든 스스로에게 말을 거는 듯 글을 채워간다. 나이 들었다고 해서, 체념하거나 주눅 들고 포기하지 않고, 마치 청춘일 때와 같은 마음으로 죽기 전 마지막 날까지 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노년이 청춘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단지 활력, 아름다움, 위협을 무릅쓰는 패기, 인지적 유연성만이 아니다. 매일 아침 생생하게 새로 태어나는 삶의 자세다. 배우고 발견할 것도 많고 한 번은 해봐야 하는 일, 느껴봐야 할 감정이 많은 청춘이 부럽다. 이 본능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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